둘째, 콘텐츠 적합성입니다.
플랫폼 적합성을 고민할 때 함께 고민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어떤 콘텐츠를 올릴 것인가?'입니다.
플랫폼마다 '잘되는 콘텐츠'의 형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똑같은 숏폼 동영상이어도 어떤 영상은 틱톡에서, 어떤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영상은 유튜브에서 잘됩니다. 실제로 [배경 영상] + [나레이션] 형태 콘텐츠가 인스타그램을 지배할 때, 유튜브에서는 동일 형식의 영상이 별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영상 길이가 긴 롱폼 동영상은 유튜브에서는 잘되지만 틱톡, 인스타그램에서는 잘 안됩니다. '틱톡, 인스타그램엔 짧은 영상만 있는거 아니야?' 아닙니다. 긴 영상도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올려도 아무도 안 볼 뿐이죠.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레드에서 통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반말이어야 하고, 짧은 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조 글쟁이들의 플랫폼인 브런치에서는 이런 글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플랫폼마다 먹히는 형식이 따로있습니다. 무작정 콘텐츠를 올릴 게 아니라, 내가 정한 플랫폼의 톤앤매너를 알아야 합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플랫폼 안에서 잘되는 콘텐츠라고 나에게 적합한 콘텐츠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유튜브 쇼츠는 화면 전환이 빠르고, 자막은 잘 보일 정도는 되지만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 타겟층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라면 어떨까요? 화면 전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자막 크기를 키워야 할 겁니다.
이처럼,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결정할 때는
'내 플랫폼에서 먹히는 형식은 무엇인가'
'그 형식이 내 타겟에게 적합한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형식'에 관한 부분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설득'입니다.
최근에 한 병원 원장님과 마케팅 관련 상담을 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요즘 숏폼이 대세라길래 숏폼 유튜브를 해보려구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북토크: 내원 환자 한 명당 평균 객단가가 얼마나 되나요?
원장님: 평균 2~300만 원 되는 것 같아요.(고가의 미용시술 전문 병원)
북토크: 숏폼하겠다 하셨는데, 숏폼 길이가 몇 분이죠?
원장님: 1분 미만 아니에요?
북토크: 원장님 저랑 1분 이야기하고 300만 원 내실 수 있으세요?
원장님: ...아니요
만약 1,000원 짜리 간식을 판다면 큰 설득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얼마나 맛있는 지 보여주면 됩니다. 이 정도 설득은 숏폼 한 편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객단가가 올라갈수록, 교육, 컨설팅, 수술 등 고관여 상품을 판매할수록 필요한 '설득의 양'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설득의 양은, 숏폼 한 편으로는 절대 채워질 수가 없죠.
숏폼 마케팅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숏폼은 가볍습니다. 콘텐츠 소비에 부담이 없죠. 조회수도 잘나오고 구독자 모으기도 용이합니다. 이게 장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가볍기에 소위 '무거운 소비'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거운 소비를 이끌어내려면 더 큰 설득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롱폼 영상 혹은 전문적인 블로그 글이 더 효과적일 수 있죠.
물론, 숏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히 강력한 설득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롱폼, 텍스트 콘텐츠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설득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지에 앞서 '내 상품은 얼마나 큰 설득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이 10만 원인가요? 그러면, '나는 어느 정도 설득돼야 10만 원을 내는가.' 생각해보세요. 가격이 1,000만 원인가요? 그러면, '내가 살면서 1,000만 원을 내는 결정을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나' 생각해보세요. 남의 돈이라고 생각하면 감이 안오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 생각하면 얼마나 큰 설득이 필요한지 체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필요한 설득 수준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그에 맞는 설득 경로'를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줘야 합니다. 설득 수준이 낮다면 숏폼 몇 편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높은 설득 수준이 필요하다면 숏폼으로 사람을 모으고, 롱폼을 시청하게 한 다음, 텍스트로 정리된 전문 자료를 줘야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오프라인 상담까지 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숏폼이 대세다, 텍스트가 대세다, 여전히 롱폼이다 등 콘텐츠 형식에 대한 의견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내게 필요한 설득 수준'과 '내 콘텐츠가 제공하는 설득 수준'간의 적합성입니다. |